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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름오르다
저자 : 이성복
출판 : 현대문학
 

 


<소개>

이성복 시인의 사진에세이가 출간됐다. 책에 실린 스물넉 장의 사진은 제주관광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제주 오름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는 고남수 씨의 작품들이다. 함께 실린 스물네 편의 글 중 열두 편은 월간 <현대문학>에 2004년 1월부터 12월까지 12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글이고, 나머지 열두 편은 미발표작이다.

오름은 화산 폭발 후 용암이 굳어지며 만들어지는 산을 가리킨다. 때문에 오름은 산세가 완곡하며 단순하다. 시인은 오름 사진 앞에서 막연히 '추상', '도형', '물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다가 제주로 직접 가서 몇몇 오름을 눈으로 보고 나서야 사진 속의 오름을 언어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름에 대한 첫인상을 '둥금'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그 둥금에는 '얇다란 종잇장처럼 손가락을 베이게 만드는 금'과 '아귀를 굳게 다문 피조개나 대합조개의 고전주의적 과묵함'이 있다고 말한 뒤, 오름의 그런 정지동작은 오름의 검은 표면에 풀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한 순간의 확인과 동시에 '오름은 오름이라는 말에서 벗어나 실제의 오름이 된다'며 의미를 반전시킨다.

시인에게 오름의 모습은 여인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구비진 능선은 한껏 가랑이를 벌린 여인'으로, '붕긋한 배와 처진 가슴을 드러내놓고 잠자는 중년 여인'으로, '부푼 배와 젖가슴 사이로 끼어드는 검은 나무 행렬'로 비춰지는 것. 그리고 그것은 '부드럽고 느린 지느러미를 해묵은 슬픔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오름의 이미지가 이처럼 여성성을 갖는 이유는 '아름다움은 언제나 고통과 함께' 있기 때문이며, 그 '희생'을 전제로 하는 산고의 고통 없이는 자연이든 예술이든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또한 예술가란 '숨은 그림을 회임할 수 있는 남다른 개방성과 수용성'을 가진 존재라고 정의하면서 '예술가는 숨은 그림의 최적의 숙주'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 말만큼 이 책은 사진과 존재들의 숨겨진 부분, 가리워진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카메라 렌즈의 메커니즘이 닿지 못하는 부분을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인화해내고 있다.

 

 

<저자>
저자 : 이성복

경북 상주 출생으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백일장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경기고교에 입학하여 당시 국어교사였던 시인 김원호를 통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때 「창작과 비평」에 실린 김수영의 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971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황지우, 김석희, 정세용, 진형준 등과 친분을 쌓았고 1976년 복학하여 황지우 등과 교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1977년 「정든 유곽에서」 등을 『문학과 지성』에 발표, 등단했다. 대구 계명대학 강의 조교로 있으면서 무크지 『우리세대의 문학1』에 동인으로 참가했다.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평가하는 말로 “철저히 카프카적이고 철저히 니체적이며 철저히 보들레르적”이었던 시인은 1984년 프랑스에 다녀온 후 사상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 그리고 논어와 주역에 심취했다. 그리고 낸 시집이 동양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남해금산』이다. 이 시에는 개인적, 사회적 상처의 원인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었다. 시인은 보다 깊고 따뜻하며, 더욱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뛰어난 시 세계를 새로이 보여준다. 서정적 시편들로써 서사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시집에서 그는 우리의 조각난 삶과 서러운 일상의 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을 명징하게 바라보면서 비극적 서정을 결정적으로 고양시켜 드러낸다. 이 심오한 바라봄-드러냄의 변증은 80년대 우리 시단의 가장 탁월한 성취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때로는 환상소설의 한 장면처럼 납득하기 힘든 상황의 묘사, 이유가 선명하지 않은 절규 등을 담아냈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한 그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언어 파괴에 능란하다. 의식의 해체를 통해 역동적 상상력을 발휘, 영상 효과로 처리하는 데도 뛰어나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에 대해 냉소적이라거나 『그 여름의 끝』 이후의 관념성을 비판받기도 했다. 그는 초기 시의 모더니즘 경향에서 벗어나 동양의 형이상의 세계에 심취하였다.

1989년 「네르발 시의 역학적 이해」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1991년 프랑스 파리에 다시 갔다. 다른 삶의 방법에 대한 모색의 일환으로 시인은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와 함께 후기구조주의를 함께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테니스. 시인에게 마치 애인과도 같...(하략)

 

 


<목차>
사물 혹은 비밀이라는 빌미
숨은 그림 속 숨은 그림
은유의 잿빛 봉분
긁어 부스럼 다시 긁기
오름 혹은 지독한 임신의 꿈
어찌 눈뜨지 않을 수 있으랴?
내재와 즉물의 신비
사랑이라는 비친 유혹
외줄기 흰 길의 은유
끊어진 길들의 하얀 만남
쏟아져내리며, 아득히 흘러가는
키 작은 꽃들의 간헐적 불면
섬세하고 유순한 오름의 내부
섬뜩하고 불길한 눈알의 기억
아시아적 평화의 성애적 이면
검은 삼나무 장벽과 사각 무덤들
어두운 영혼의 밤
물 묻은 글자처럼 번지는 존재의 슬픔
숨 막히는 검은 꿈틀거림
한심하고 어설픈 가난의 곡선
꽃핀 복숭아나무 가지의 능선
반투명 큰산의 피라밋
넓고 깊은 오름의 자궁에서
검은 오름 속 '음중양'의 비의秘意 


※ 자료출처 : [대교 리브로 제공]